세벌식을 사용한지는 매우 오래되었습니다. 두벌식도 꽤 잘 사용하는 편이었지만 지금은 두벌식으로는 느리게 타이핑만 가능하고 전처럼 빠르게 타이핑하지는 못합니다.
간혹 회의실에서 공용PC를 사용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노트북을 빌려서 빔을 쏘면서 타이핑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윈도우나 맥의 자판 설정을 세벌식으로 바꾸고 사용합니다.
그리고 사용하고나서 도로 원래대로 바꾸는 것을 잊어버려 다른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보통 개인별로 노트북 컴퓨터나 테블릿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럴일이 없어지긴 했습니다.
어쨌든 이런저런 계기로 가끔은 세벌식이 뭔지 궁금해하며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때마다 세벌식과 두벌식의 차이에 대한 간단히 설명을 해주기는 합니다.
하지만 듣는 분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듣는 분들의 지능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쉽게 이해를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사람들이 평소에 세벌식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그 분들이 한글 전산화의 발전을 위해서 조금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또한 아닙니다.
먼저 두벌식에서 세벌식으로 설정을 바꾸는 방법을 설명드립니다. (대부분 관심이 없으실 것 같지만)
윈도우는 윈도우10 (Windows 10)에서 두벌식을 세벌식으로 바꾸려면 Windows검색에서 “언어 및 키보드 옵션 편집”을 찾으신 후에 키보드에서 “Microsoft 입력기”를 찾아서 옵션으로 들어가면 설정창이 열리고 여기에서 “하드웨어 키보드 종류 선택”에서 “3벌식 최종” 또는 “3벌식 390”을 선택하면 됩니다. 세벌식은 종류가 여러개 인데 이 종류에 대해서는 뒤에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사실 이 설정화면까지 들어가기가 굉장히 복잡하게 되어 있습니다. 처음 찾는 분들은 굉장히 찾기 힘들 것입니다. 약 3단계 정도를 거쳐 들어가야 합니다. 이 설정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해두지 않았나 싶습니다.
맥(macintosh)을 쓰는 경우에도 바꿀 수 있습니다. 맥도 설정을 편하게 바꿀 수 있게 되어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바꿀 수 있습니다. 제가 지금 맥북을 열어서 화면 캡쳐하기가 싫어서 맥에서 변경하는 방법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저 인간들은 저렇게 바꿔서 쓰는 구나” 라고 생각만 하시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세벌식에 대해서 적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정리해 두었던 세벌식과 두벌식에 대한 내용을 기억을 복원해서 다시 적어봅니다. 그리고 누가 이제 설명해 달라고 하면 이 포스트의 링크를 줄 생각입니다. (아 귀찮…)
두벌식과 세벌식 차이
간단하게 설명하면 두벌식은 2 set(두 세트)로 된 것을 말합니다. 세벌식은 3 set(세 세트)로 된 것을 말하는 것이구요. “벌”은 양복 한 벌, 두 벌 할때의 그 “벌”입니다.
두벌식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면 2 set type
세벌식을 그대로 영어로 바꾸면 3 set type
이 됩니다.
“그럼 무엇이 2 세트이고 3 세트란 말인가?” 라는 것을 설명해야 할텐데요.
자판의 글자를 타이핑해서 글자 하나를 완성(구성)할 때 두벌식은 자음과 모음으로 되어 있는 자판을 순서에 맞게 잘 타이핑해서 글자를 만들어 냅니다. 많은 분들이 두벌식을 쓰기 때문에 아마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세벌식은 첫소리(초성), 가운데소리(중성), 끝소리(종성)으로 구성된 배열을 순서에 맞게 잘 타이핑해서 글자 하나를 완성합니다.
두벌식과 세벌식의 세트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두벌식 = 자음 + 모음 (두 세트)
세벌식 = 첫소리 + 가운데소리 + 끝소리 (세 세트)
세벌식은 쉽게 말하면 자음이 초성용과 받침용으로 나뉘어 있다고생각하시면 됩니다. (이게 무슨 변태짓인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잘 생각해 보시면 하나도 안 이상합니다)
배열의 차이는 밑에 그림을 보시면 됩니다.
두벌식 자판의 배열
한글이 키보드에 인쇄가 되어 있는 키보드를 구매하시거나 컴퓨터를 사면 딸려오는 자판 또는 노트북에 붙어 있는 자판을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그 한글자판의 배열입니다. 국가 표준입니다.
세벌식 자판의 배열
세벌식 최종 (세벌식 391 이라고도함) 배열
세벌식 390 배열
세벌식은 공개된 배열이 여러 개 있는데(꽤 많습니다) 보통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2개중 한개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 2개가 바로 위의 2개의 배열인 “세벌식390”과 “세벌식 최종”입니다. 두 배열의 차이는 뒤에 설명 드립니다.
위를 보시면 세벌식은 두벌식과 한글(정확히는 자음과 모음)이 키보드에 위치하고 있는 위치가 완전히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특징으로 세벌식은 두벌식과는 다르게 한글의 글자 완성을 자음과 모음이 아닌 초성, 중성, 종성으로 나눴기 때문에 자판의 수가 더 많이 필요해서 영문자판일 때 숫자가 있는 4단까지 배치해서 사용합니다.
키보드에서 맨왼쪽의 키들을 볼때 CTRL키가 있는(Space가 있는) 가로줄이 0단이라고 한다면
1단은 Shift 키가 있는 줄이고
2단은 Caps lock이 있는 줄
3단은 Tab 키가 있는 줄
~로 시작하는 숫자키가 있는 줄을 4단이라고 말합니다.
세벌식은 4단까지 한글이 배열되어 있어서 손가락이 짧으면 사용하기 조금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타이핑하는 요령을 알면 손가락 길이와 관계없이 별로 안 불편합니다만 세벌식을 배우기 시작하고 나서 얼마지나지 않은 초기에는 그렇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두벌식과 달리 세벌식은 글자를 조합할 때 자음과 모음으로 결합하는 것이 아닌 초성, 중성, 종성을 자리에 맡게 결합해서 글자를 만들어 줘야 합니다. 자음이 초성용 자음과 받침용 자음이 따로 있습니다.
이것도 조금있다 설명하겠습니다.
세벌식 최종(세벌식 391)과 세벌식 390의 차이
세벌식은 뭔지 알겠는데 그럼 세벌식 최종과 세벌식 390은 차이가 뭐냐를 물어보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위의 그림을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세벌식 최종”과 “세벌식 390”은 매우 비슷하지만 약간(느끼기에 따라서는 많은)의 배열차이가 있습니다.
세벌식390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이 특수문자나 코딩을 많이 하는 사람들을 배려한 것인데 세벌식 390과 세벌식 최종과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습니다.
- 4단에 있는 특수문자를 영문 특수문자배열과 동일하게 유지시킨 것입니다. 이렇게 해주지 않으면 한글을 타이핑하다가 @나 #같은 것을 타이핑할 때 영문으로 전환한 후에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한영전환은 타이핑 중에 빈번하게 발생하면 상당히 불편한 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프로그래밍 랭귀지를 사용할 때 흔히 쓰는 특수기호들 때문에 프로그래머들이 사용하기에는 매우 불편합니다.
- 위에서 말한 특수기호를 영문 qwerty(영문 표준 자판 중 하나; 다른 하나는 Dvorak이 있음)와 동일하게 하기 위해서 대신 세벌식 최종에는 있는 겹받침을 몇개 없애버렸고 겹받침의 배열도 원래(세벌식 최종; 왜 이것이 원래인지 나중에 설명)와 조금 다르게 했습니다. 겹받침이란 ㄼ, ㄵ, ㄲ 갈은 받침을 말합니다.
한글은 훈민정음과는 달리 겹받침을 마음대로 조합하지 않고 사용하는 겹받침이 몇개로 정해져 있는데 그중 한번에 타이핑할 수 있는 것을 빼고 특수기호를 살렸습니다. - Shift를 누른 상태에서 입력할 수 있는 오른쪽의 숫자키의 배열이 키보드의 키패드(키보드의 맨 오른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숫자와 사칙연산이 있는 부분)와 동일하게 배열되어 있어서 숫자를 입력하는 편합니다. 최종은 좀 다르게 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표(물음표)가 영문 qwerty 자판과 동일한 위치에 있습니다.
세벌식 최종은 ?자리에 !가 있습니다. 서로 바뀌어 있습니다. (희안하죠?) 세벌식 최종에 느낌표의 자리가 다른 이유는 한글을 쓸 때 더 많이 쓰는 것을 더 편하게 입력하기 위한 배려입니다. - 엔터키 위와 아래에 이는 괄호문자들을 포함한 특수문자가 영문 qwerty와 동일하거나 거의 같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세벌식은 괄호나 특수기호의 배열이 매우 다릅니다. 역시 국문법에 맞춰 글을 쓸 때 한글을 입력할 때 쓰기편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프로그래머들이 코딩하기에는 세벌식390이 더 편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세벌식390이 원래 프로그래머들을 고려한 배열입니다.
세벌식 최종은 한글 타이핑을 위한 배열로 앞서 말한 390의 장점과 단점이 바뀌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 4단에 있는 특수기호 @#$%^는 포기하세요. 그런것을 입력하려면 영문으로 전환해서 입력한 후 한글상태로 다시 돌아와야 합니다. 그런 기호가 없는 이유는 국어 문법에서 사용하는 기호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모르겠습니다만 초,중등 교과서에 있는 기호만 있습니다.
- 대신 4단을 포함해서 한글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모든 겹받침이 다 있습니다. 특히 390에는 없는 ㄵ, ㄼ 같은 것이 있습니다.
390에는 이런 것이 없어도 ㄴ받침과 ㅈ받침을 연달아 타이핑해서 없는 겹받침을 조합해서 입력하는 것이 가능합니다만 이 입력이 꽤 불편합니다. 최종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390을 가장 불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한국어로 긴 문서를 장시간 타이핑하면 알게 되는데 (저는 390과 최종으로 모두 해본적이 있습니다) 390을 사용하면 저것들 때문에 손가락이 꼬여서 매우 아픕니다. - 숫자키의 배열이 다소 넌센스입니다. 이 배열이 왜 그런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이유를 잊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쓸만합니다. 다만 금융권에서 일하는 분들이나 숫자를 많이 타이핑하는 분들께는 장벽입니다. shift를 누른 상태에서 입력하는 숫자키의 배열이 기본 키보드의 오른쪽에 있는 키패드의 배열과는 많이 다릅니다. 자판을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2줄짜리 배열입니다.
- 엔터키 위아래에 위치한 특수기호, ?, ! 및 괄호들의 배열이 영문 qwerty와는 완전 다릅니다.
세벌식 최종은 프로그래머들이 코딩하는데 가끔 한글을 타이핑할 때 편하라고 만든 배열이 아닙니다. 한글 타이핑을 많이 하는 작가나 공무원들을 위한 배열이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한글만 타이핑한다면 저런 기호를 쓸 일이 별로 없습니다. 괄호와 같은 것들 국문법 입력에 유리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익히면 괜찮아지지만 영문과 다르기 때문에 매우 어색합니다.
저는 세벌식 최종 배열을 씁니다. 저는 특수기호고 뭐고 겹받침이 다 있는 것이 좋아서요. 특수기호를 많이 쓰긴하지만 한영 전환을 해서 씁니다.
굳이 저에게 둘 중에 하나를 추천하라고 한다면 “세벌식 최종”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개인 취향이므로 태클은 사양할께요)
다행히 세벌식 최종과 세벌식 390은 한글의 배열차이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서로 바꾸는데 많은 노력이 들지 않습니다.
세벌식 최종은 왜 이름에 최종이 붙나요?
세벌식은 세벌식 391(최종), 세벌식 390외에도 몇가지 변형이 더 있습니다만 주로 쓰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저 2가지입니다.
그런데 세벌식 391을 왜 최종이라고 할까요? (만든 사람 이름이 “최종”은 아닙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390은 389를 변형한 것입니다. 원래 세벌식 최종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에 389, 390이 시범적으로 위해 발표되었고 어쨌든 391 최종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발표되었습니다.
세벌식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한글문화원의 공병우 박사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배열이라서 최종이라고 합니다. 공병우 박사님은 본래 세벌식을 만드신 분이기도 하고 평생을 세벌식을 위해서 노력하셨던 분입니다.
관심이 있으시면 관련 내용은 한글문화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거나 공병우 박사님에 대한 글을 검색해 보셔도 됩니다. 390의 주축이셨던 박흥호님의 글을 검색해 보셔도 잘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세벌식 389, 390, 391은 대체 무슨 숫자인가요?
3벌식을 89년도에 발표한 판이 389입니다.
3벌식을 90년도에 발표한 판이 390입니다.
3벌식을 91년도에 발표한 판이 391입니다. 이것이 “최종”입니다.
그 전에 만들어진 것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마지막은 최종입니다. 모두 써본 제 입장에서 가장 애착이 가고 좋아하는 것은 역시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생각되는 391 최종입니다. 그 중에서는 말입니다. 세벌식 최종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세벌식이 두벌식 보다 타이핑 속도가 빠른가요?
보통 두벌식을 사용하다가 세벌식으로 바꾼 분들이 그렇게들 얘기하고 있고 또 그렇게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제 개인 경험으로는 조금 빠릅니다)
자판를 빨리 칠 수 있고 그렇지 않고의 차이는 자신의 피지컬(손가락)과 타고난 재능 또는 부단한 노력으로 인한 차이라고 하겠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자판을 치는데 손가락이 더 아프고 편안한가와 더 빠른가 더 느린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조깅화를 신고 달리느냐와 경주화를 신고 달리느냐와 같습니다. 보통사람은 그냥 피지컬이 좋은 사람이 출발한 뒤에 더 빨리 도착합니다.
무엇보다 자판은 오타없이 편안하게 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타이피스트가 자판을 빨리 타이핑한다고 해서 돈을 더 많이 주는 그런 시대가 지났습니다.
세벌식이 두벌식 보다 뭐가 더 좋은가요?
세벌식은 한글을 타이핑하는동안 손가락이 많이 편합니다. 과학적인 근거를 드릴 수는 없지만 제 주변에 바꾼 분들이 그렇게들 얘기하시더군요. 물론 앞서 말씀드린것 처럼 그 편안함을 느끼려면 바꾸는 동안의 과도기는 견뎌내셔야 하겠지요.
두 가지를 모두 오랫동안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세벌식이 더편하고 장시간 한글 타이핑이 가능했습니다. 두벌식으로도 장시간 한글 타이핑이 가능하지만 손가락이 매우 아프고 어깨도 아팠습니다.
물론 세벌식도 장시간 한글 타이핑을 하면 손가락이 아프고 어깨도 아프지만 두벌식 보다는 덜합니다.
- 한글을 타이핑하는데 편합니다. (몸도 마음도)
- 타이핑 하는 느낌(리듬)이 매우 좋습니다.
- 한글을 한글처럼 한국어를 한국어처럼 타이핑한다는 느낌이 듭니다. 네~ 두벌식에 비교해서요.
두벌식이 세벌식 보다 좋은 점은 뭔가?
- 일단 두벌식이 자판수가 적습니다. 외워야 할 것이 적습니다.
세벌식은 자판이 4단까지 배열되어 있고 다른 특수기호의 배열이 다 다르고 보통의 키보드에는 배열이 인쇄도 되어 있지 않으므로 모두 머리와 손으로 외워야합니다. - 키보드를 사면 키보드에 인쇄가 다 두벌식으로 되어서 굳이 안외우고 보고쳐도 됩니다. 세벌식으로 인쇄된 것은 특별히 주문하거나 특별히 인쇄된 키보드를 한정 판매하는 이벤트가 있을 때만 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보통은 스티커를 붙이거나 외워야 합니다. 세벌식을 쓰는 분들을 보면 처음에 대부분의 분들은 그냥 머리로 다 외웁니다. - 두벌식은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습니다.
세벌식도 스마트폰 배열이 있긴하지만 잘 지원하지도 않고 자판 수가 많아서 입력이 상당히 피곤합니다.
도깨비불 현상
두벌식의 단점을 얘기하고 세벌식의 장점을 말할 때 흔히 드는 예입니다.
도깨비불 현상은 한글을 타이핑하는 도중에 원래 입력하려고 하지 않은 글자가 일시적으로 입력되었다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것을 도깨비불이라고 불러도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만 예전에는 그렇게 불렀었습니다.
예를 들어 “또오해영”이라는 것을 타이핑한다고 할때 두벌식과 세벌식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2벌식으로 입력하게 되면 컴머를 빼고 아래와 같은 순서로 입력하게 됩니다.
자는 자음을 말하고 모는 모음을 말합니다. 굵은 글씨는 shift를 누른 것을 뜻합니다.
ㄸ, ㅗ, ㅇ, ㅗ, ㅎ, ㅐ, ㅇ,ㅕ, ㅇ
자, 모, 자, 모, 자, 모, 자, 모, 자
3벌식으로 입력하게 되면 컴머를 빼고 다음과 같은 순서로 입력하게 됩니다.
첫은 첫소리(초성), 가는 가운데소리(중성), 끝은 끝소리(종성)을 말합니다.
ㄷ, ㄷ, ㅗ, ㅇ, ㅗ, ㅎ, ㅐ, ㅇ, ㅕ, ㅇ
첫, 첫, 가, 첫, 가, 첫, 가, 첫, 가, 끝
그래서 조합되는 과정을 각각 살펴보면 이렇게 됩니다.
2벌식 단어 완성 과정
ㄸ
또
똥 <– 도깨비
또오
또옿 <– 도깨비
또오해
또오행 <– 도깨비
또오해여
또오해영
위에서 도깨비불이라고 말하는 글자들은 3번째 줄의 “똥”, 5번째 줄의 “옿”, 6번째 줄의 “행”을 말합니다.
이 글자들은 원래 “또오해영”이라는 단어들 타이핑해서 글자들을 만드는데 출현할 이유가 없는 글자들입니다.
세벌식의 완성 과정을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를텐데요.
3벌식 단어 완성 과정
ㄷ
ㄸ
또
또ㅇ
또오ㅎ
또오해
또오해ㅇ
또오해여
또오해영
2벌식에서 보였던 이상한 글자들이 중간에 생기지 않습니다. “또오ㅎ”같은 것도 이상한것 아니냐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또오해영”이라는 단어를 연필로 쓴다고 생각하면 쓰는 과정에서 ”또오ㅎ”는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조합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또옿”같은 것은 연필로 쓸 때 “또옿”을 쓴 다음에 “ㅎ” 받침을 다시 지우고 “해”를 쓰지는 않습니다.
이게 뭐가 중요하냐고 물으실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 도깨비불 글자들은 타이핑 하는 도중에 일시적으로 생겼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안될 수도 있지만 사람을 심적으로 불안하게 만들고 오타를 유발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가끔 두벌식을 사용할 때 저런 글자들이 나타나면 심적으로 조금 불안함을 느낍니다. (편집증이 있어서요)
지금이라도 세벌식으로 바꾸면 더 좋을까요?
요즘은 이것 마저도 물어보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만
이 질문에 저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지만 매우 오래전부터 그렇게 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바꾸는 동안 과도기 상태에서의 고통과 불편함이 꽤 큽니다. 이미 익숙한 것을 버리고 고통의 과정을 겪으며 새로운 것으로 바꿔야 할 아주 중요한 이유가 없다면 바꾸지마세요. (욕 먹기 싫습니다)
저는 두벌식 –> 세벌식 389 (잠깐) –> 세벌식 390 –> 세벌식 최종의 순서로 자판의 배열을 바꿨었고 바꾼 것을 한 번도 후회해 본적은 없습니다.
저렇게 여러번 바꾼 이유는 발표시점에 거의 바로 맞춰서 바꿨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세벌식을 타이핑할 때는 최종이 없었습니다…)
가장 큰 과도기는 두벌식에서 389로 바꿀때 였습니다. 그 과정 후 습득후에는 매우 편안함을 느끼고 최종까지 바꿔서 지금껏 써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390, 최종, 두벌씩을 을 혼용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설정을 바꾸느라 피곤하긴 했지만 크게 문제가 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누군가에게 세벌식으로 바꾸라고 권유까지는 않습니다. 경험이 비춰 볼 때 대부분의 분들이 바꾸는 것을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바꾸다 말면 완전한 시간낭비입니다.
전에 제가 권유했거나 스스로 관심이 있어서 바꾸려다가 과도기를 넘지 못하고 포기하는 분들이 꽤 많았는데 이유는 대충 이렇습니다.
- 바꾸는 도중의 과도기 상태에서의 혼란이 매우 큰 심적 고통을 줍니다. 한글을 잘 타이핑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요. 업무에 지장도 있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 ㅈㄹ을…” 라는 생각이 든다고 호소합니다.
- 그 과도기 상태에서는 대체 세벌식이 뭐가 좋은지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됩니다. 과도기 상태에서는 두벌식이든 세벌식이든 어떤 것을 사용해도 다 불편합니다. 그래서 “뭔가 속았다”는 기분과 “이것은 좋은 것이 아니야”라는생각으로 원래 익숙했던 것(두벌식)으로 쉽게 돌아가게 됩니다.
- 그래서 이 무의미한 시간낭비와 불편함을 겪게 만든 원인이 소수의 세벌식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이 우매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 보다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호승심으로 본인들을 꾀어서 좋지도 않은 걸 쓰게 한다고 생각하더군요. (물귀신 작전?, 별종들?, 나만 당할 순 없다?) 그런 사람들도 더러 있겠지만 다 그런건 아닙니다.
- 세벌식은 국가 표준이 아닙니다. (아직도…)
표준도 아닌 걸 왜써? 언제 없어질지도 모르는 걸 (네. ‘ㅡ’;; 그런데 잘 쓰고 있어요.)
이것 좀 표준으로 지정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닌데 왜 그모양인지. 미국은 qwerty와 drvorak이 모두 표준입니다. 선택의 다양성을 줍니다. 물론 미국사람들도 대부분이 qwerty를 쓰고 매우 소수만 dvorak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두벌식에서 세벌식으로 바꾸지 못합니다.
어떤 분은 세벌식이 좋은 점을 얘기해 보라고 하면 이렇게 얘기하시더군요.
(적어도) 두벌식 보다는 좋다.
“세벌식이 좋다기 보다는 두벌식이 너무 안좋은 자판이다” 라고 하시더군요. 저는 이 말에도 매우 동의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요즘은 다들 스마트폰 쓰시니까…. 스마트폰은 두벌식으로 되어 있는 것이 더 많아서 불편함을 더 가중시키면서 굳이 세벌식으로 바꾸실 것 까지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세벌식으로 바꾸려면 키보드를 바꿔야 하나요?
안바꿔도 됩니다.
앞에 설명을 보셨으면 알겠지만 세벌식으로 바꾸는 것은 키보드 하드웨어가 지원해 해주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키보드에는 단지 두벌식으로 각인이 되어 있는지 세벌식으로 각인이 되어 있는지의 차이만 있습니다. 배열이 인쇄된 것을 잘 팔지도 않습니다.
세벌식으로 바꾸면 두벌식을 못치게 되나요?
칠 수 있습니다.
사람 머리가 그렇게 단순무식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자전거 배우는 것과 같아서 한 번 익힌걸 잊어버리기가 쉽지는 않지요.
하지만 두벌식 불편해서 안치게 될 뿐입니다.
제 손가락은 소중하니까요.
세벌식의 좋은 점은?
- 손가락과 손목이 편합니다.
- 한글 타이핑을 하면서 편안함으로 인해 행복감을 느낍니다.
반복해서 말씀드립니다만 완전히 습득한 후의 얘기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혹시 글을 읽으시는 분이 두벌식을 쓰다가 세벌식으로 바꾼지 얼마 안되셨다면 아마 지옥을 맛보고 계실 것입니다.
힘드시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냥 두벌식으로 돌아가세요.
혹시 “이 지옥을 견뎌내면 행복한 날이 올까요?” 라고 물으신다면
제 대답은 “네”입니다.
세벌식의 소소한 행복과 특이한 점
- 쌍시옷받침을 칠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그랬었었었었드랬었어요” 같은 것이요. 세벌식에는 쌍시옷받침이 숫자 2와 같은 위치에 있는데 저 자리가 타이핑하기 힘들어 보이지만 굉장히 절묘하게 편안한 자리입니다. 한국어를 한글로 타이핑할 때 쌍시옷 받침을 타이핑할 일이 매우 많습니다. 그래서 타이핑을 쉽게 할 수 있는 자리에 ㅆ 받침이 있고 이게 매우 편합니다.
- ㅗ와 ㅜ가 2개씩 있습니다. 이것은 “우나라”와 “위나라”와 같이 ㅜ가 단독으로 쓰이는 경우와 조합으로 ㅟ와 같이 조합으로 쓰는 경우에 더 쉽게 타이핑할 수 있게 배열을 적절히 나눠 놨습니다. 이것도 매우 편합니다.
- ㅢ가 따로 있습니다. 물론 ㅡ와 ㅣ를 조합해서 타이핑이 가능합니다. 한번에 칠 수 있어서 매우 편합니다. “민주주의의의의의의…”
- ※(이 기호의 이름은 참고표시입니다. 당구장표시가 아닌…)가 아예 숫자키 1 왼쪽(` 또는 ~이 있는 곳)에 배열되어 있습니다. 국문법에서 사용하는 정식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전에 Windows에서는 이것을 지원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지원합니다. 세벌식 사용자분들의 오랜 요청끝에 고쳐진 것입니다.
- 쌍따옴표가 열림과 닫힘으로 2개 있습니다. 이것도 OS나 입력기에 따라 지원 여부가 다르긴 합니다. 숫자키를 기준으로 7에 열리는 쌍따옴표(“)이 있고 8에 닫히는 쌍따옴표(”)가 있습니다. 불행히도 따옴표(‘)는 한개밖에 없습니다.
- 타이핑을 시작할 때 키보드 우측에서 좌측으로 흘러가는 흐름입니다. 초성이 오른쪽에 배열되어 있고 종성이 왼쪽에 배열되어 있서서 두벌식과는 다르게 오른쪽 손부터 쓰게 됩니다. 조금 일관성이 있는 흐름이 있어서 편안한감과 안정감이 있습니다.
끝으로 저는 한글문화원과 공병우 박사님을 비롯한 세벌식에 기여해 주신 많은 분들께 오랫동안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벌식을 사용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누군가가 평생을 또는 소중한 세월의 일부를 바쳐 만든 것이고 저에게 쓸모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 또는 필연히 저에게 왔고, 소소한 것지만 결국 켜켜히 쌓여 큰 기쁨과 큰 행복을 주었습니다. 서푼어치의 기여도 하지 못했지만 염치없게 그 분들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